산책, 눈인사
타지에서의 산책은 낯선 풍경으로부터 비롯된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한다. 한편 새롭게 마주한 이국적인 세계는 눈인사를 건내오기도 했지만 어색했던 것인지, 부끄러웠건 것인지 홍조를 띈 채 흘겨보기만 했다. 그러던 중 한 커플을 만났다. 나는 절벽 위에, 그들은 해안가에 있었고 만났다기란 말을 쓰는 것이 애매하게도 그저 바다를 조망하던 중 눈에 들어온 것 뿐이었다. 그들은 서로에게 집중하며 서로에게 시선을 때지 않았다. 그러나 두 쌍의 시선이 서로에게서 벗어나질 않았기에 나는 비로소 이 머나먼 이국에게 눈인사를 건낼 수 있었다. 북태평양과 마주한 바위의 끝자락에 서 있던 그들은 그 눈인사를 흘겨보지도 않았겠지만 그러한 무관심 덕분에 이 새로운 세계에 정식으로 내 소개를 할 수 있었다.
#벤쿠버
#산책